우리 시대의 과제, 사회통합

출간일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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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과제, 사회통합

성공의 역사와 그 그림자

해방과 정부 수립 이후 한국 현대사는 종합적으로 보면 성공한 역사라고 평가할 수 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공적으로 이루었고,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되었다. 음악, 영화, 드라마, 스포츠 등 문화 예술 부문에서도 세계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매력 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이처럼 짧은 기간 동안 압축적으로 이룬 성취이다 보니까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많이 발생하였다. 과도한 경쟁, 물질만능주의, 성과지상주의, 탈법과 편법의 횡행, 다양한 정치·경제·사회적 갈등의 발생 등이다.
우리 사회의 갈등은 남북이 분단된 현실에서 보수 진보 등 이념 갈등, 수도권과 비수도권 영남과 호남 등 지역 갈등, 경제적으로는 양극화로 인한 빈부 갈등,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갈등, 노와 사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갈등, 장애인이나 이민자 등 소수자들에 관한 갈등 등 수많은 양태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여 사회통합을 이루지 않고서는 국가 발전이나 선진국에의 완전한 진입이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권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압축 성장의 그림자 속에서 나타난 다양한 사회적 갈등
압축 성장의 그림자 속에서 나타난 다양한 사회적 갈등

사회통합의 기본 원칙

우리 사회에 만연한 다양한 갈등을 예방·해결하는 합리적 정책을 수립·집행하는 것이 사회통합의 출발점이다. 이에 필요한 것이 정치 지도자나 고위 공직자의 사회통합의 리더십과 국민들의 민주 시민의식이다. 이를 위하여 필요한 것이 다음 세 가지 점이다.

첫째, '법과 원칙'이 확고히 지켜지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법과 원칙'이 흔들리고 이른바 '국민정서법', '떼법'이 횡행하는 사회에서는 사회통합이 이루어질 수 없다. 법과 원칙은 사회적 강자가 군림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정한 민주사회의 기초라는 의식을 갖고, 이에 터 잡아 잘못된 제도와 관행은 바로 잡고, 편법과 탈법은 근절해서 인간의 가치와 신뢰가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사회통합도 이룰 수 있다.

둘째, '소통과 화합', '대화와 타협'이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법과 원칙이 기본이지만 법과 원칙을 내세우기 전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소통과 화합'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여 사회통합으로 나아가는 방편이다. 소통과 대화로 타협이나 화합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그 과정에서 갈등과 대립은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다.

셋째, '나눔과 배려'가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법과 원칙, 소통과 화합을 통하더라도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 손해 보고 낙오하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 이를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그것이 '나눔과 배려'이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각종 불평등, 불균형을 해소하여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사회통합을 이루는 길이다. 나눔과 배려는 남을 위해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우리 공동체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상대적으로 약하고 가난한 사람, 소외된 계층을 진심으로 보살피고 끌어안아야 하는 이유이다.

법과 원칙을 기본으로 하면서 대화와 타협, 그리고 나눔과 배려로서 사회통합을 이루어내는 통합의 리더십이 가장 필요한 리더십이다. 이것을 국가 운영의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

정치 선진화, 권력 구조 및 선거 제도 개편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하여 그에 합당한 정치 시스템이나 운영 방식을 마련하는 것이 긴요하다. 우선 정치가 갈등과 대립의 정치에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로 바뀌어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비아냥을 받는 현행 대통령중심제를 바꾸어야 한다.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중심제는 1987년 당시 대통령 직접선출에 대한 국민 열망을 충족시키고 장기 집권에 의한 독재 우려 해소라는 역사적 사명을 다하였다.

오히려 대통령이 과도하게 권력을 독점하여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비아냥을 받고 있다. 선거전은 오직 승리만을 위한 추악한 싸움으로 치닫고, 그 결과에 따라 승리한 쪽은 논공행상의 잔치를 벌이고, 패배한 쪽은 와신상담하며 5년을 기다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대통령들은 퇴임 후 존경을 받지 못하거나 불행을 겪고 있다. 이런 현상은 사회통합과는 거리가 멀다. 문제해결의 핵심은 권력의 집중이 아닌 권력의 분산이다. 이를 위해 이원집정부제 또는 의원내각제 등 다양한 권력구조 개편 등 개헌 논의가 필요하다. 권력의 독점, 집중이 아니라 권력을 분산시키고 분산된 권력을 대화 타협 절충을 통하여 국정을 운영함으로써 더 큰 국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대화와 타협의 국정 운영을 위한 정치 시스템 선진화의 필요성
대화와 타협의 국정 운영을 위한 정치 시스템 선진화의 필요성

이를 위하여 승자독식을 가능케 하는 선거제도를 개선하여 의석수가 정당 득표비율에 비례하도록 하여 사표 발생이 최소화되도록 하여야 한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소선거구제하에서는 정당득표비율이 40% 남짓임에도 의석은 5, 60%를 차지하여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가 흔히 있는데 이는 사회통합을 저해한다. 이 불합리를 시정하여야 한다. 물론 정당의 조직과 운영이 민주적으로 진행되도록 제도와 운영을 개선하여야 함은 당연한 전제이다.

그러한 예를 독일에서 찾을 수 있다. 정부 구성에서도 단독 정부가 아니라 예외 없이 연립 정부가 구성된다. 다당제인 독일에서 한 정당이 단독으로 연방 하원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는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총선 결과 단독정부 수립이 가능했던 1956년에도 보다 안정적인 정국 운영, 연방 상원·각 주정부와 원활한 협력 확보 등을 위해 연립정부를 구성함으로써 정부 수립 이후 지금까지 예외 없이 복수 정당 간 연정(coalition)을 시행하였다. 심지어 거대 제1·제2 정당, 그것도 우파와 좌파를 대표하는 정당들이 대연정을 하는 것도 여러 번 있었다. 이는 국민의 정당에 대한 지지 비율대로 의석이 배정되고, 따라서 5% 이상 득표를 하는 정당은 모두 의석을 배정받을 수 있는 선거제도 때문이다. 아무튼, 연정은 갈등 최소화의 도구인 셈이다.

독일에서 협치가 이루어지는 것은 선거 제도상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정치인 특히 총리들의 리더십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빌리 브란트는 정치를 함에 있어 '이것이냐 저것이냐(entweder oder)'가 아니라 '이것과 마찬가지로, 저것도 또한(sowohl als auch)'을 늘 생각하였다. 브란트는 양자택일식 결정을 대안이 없음을 선언하는 것으로, 정치적 무능의 증거로 간주했다. 이성과 상상력을 갖춘 인간은 성공적인 해결책을 끊임없이 찾으며, 타협이란 민주주의에서 양심의 문제에 저촉되지 않는 한 규범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표적 갈등 과제: 남북문제와 경제·사회 문제

남북 분단 문제는, 우리는 집권 세력이 진보냐 보수냐에 따라 햇볕정책과 강경압박정책으로 왔다 갔다 하는데(독일은 서방정책과 동방정책을 병행하면서 통일을 이뤄내는 과정을 거쳤음) 이것이 이른바 남남갈등의 원인이다. 군사적으로는 북한은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으므로 만약 도발하면 언제든지 제압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 하지만, 다른 한편 한 민족으로서 통일을 이루어야 하는 상대방이므로 대화하고 협력하여야 한다.

국방부나 통일부는 상반된 입장에서 각기 역할을 달리해야 한다. 햇볕정책(포용정책)을 한다고 해서 국방부나 국정원의 역할이 약화되어서는 아니 된다. 이 두 가지 정책은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병행해 나아가야 한다. 이렇게 할 때 남남갈등도 해결되고 사회통합도 이루어질 것이다.

사회통합을 향한 과제

개인의 자유와 창의를 바탕으로 한 경쟁적 경제 활동을 최대한 보장하여 성장을 극대화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실패하거나 소외된 계층을 부조하는 사회적 연대를 통하여 양극화의 폐해를 줄이기 위하여 복지, 조세, 교육, 노동 정책 분야에서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선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지원될 수 있도록 하는 정교한 복지제도를 설계하고 집행하여 복지 누수나 복지 사각이 생기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공정하고 균등한 교육기회를 보장하고 특히 가난 때문에 교육 기회가 박탈되지 않는 제도가 설계되어야 한다. 또한 합리적 노사관계를 형성하여 상생하는 노사 파트너십을 만들고 이른바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에 따른 노노 갈등을 해소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저출산 고령화 대책과 함께 새롭게 등장한 기후변화와 감염병에 대한 대책도 시급한 과제이다. 이러한 정책들이 성과가 사회통합으로 연결될 것이다.

아울러 보편적 인문가치 탐구 보급을 통하여 우리 사회가 정신적 황폐함에서 정신적 풍요로 나아가도록 하는 노력을 하여야 할 것이다. 이 일에 정부는 물론 종교계, 언론계와 시민 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