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확보 없이 한국의 미래는 없다.

출간일 2026-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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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확보 없이 한국의 미래는 없다.
AI를 둘러싼 기술 패권은 국가 경제와 안보의 핵심이다. 고급 인재 확보를 위한 국가간, 기업간 사활을 건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다. 전 세계적으로 필요한 AI 인재 수요는 공급보다 3배 이상 높다. 실리콘 밸리의 화두도 단연 AI이며 빅테크 기업간의 인재 유치 전쟁이 가열되고 있다. 미.중간의 패권 경쟁도 결국은 글로벌 인재 확보 여부에 따라 판가름날 것이다.
글로벌 AI 인재전쟁
반면 한국은 인재 유출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네 번째로 AI 인재유출이 많았다. AI 산업 생태계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미비한 데다, 해외 기업의 처우나 연구 환경이 더 좋기 때문이다. 최근 4년간 56명의 서울대 교수가 해외로 이직하는 ‘신 두뇌 유출’ (new brain drain) 현상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매년 프랑스의 비즈니스 스쿨인 INSEAD에서 발표하는 글로벌 인재 경쟁력 지수(Global talent competitive index) 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한국은 올해31위를 기록해 전체 경제력에 비해 현저히 낮았고 2년전보다7단계나 하락했다. 특히 인재 유치 (Attract)와 유지 (Retain) 에서 각각 55위와 37위를 기록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경제적 요소이외에도 사회, 문화, 환경적 요인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인재 유출은 저출산, 고령화등과 맞물려 있어 더욱 심각하다. 더 늦기전에 국가 인재전략을 총괄할 [인적자원부]를 설치하고 인재육성과 유치, 활용방안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인재 포트폴리오론 (Talent Portfolio Theory)
필자는 최근 스탠퍼드대 출판사에서 출간한 <The Four Talent Giants>라는 책에서 인재 포트폴리오론 (talent portfolio theory)를 제시했다. 국가의 인재전략도 재무투자처럼 포트폴리오적 접근을 해야 하며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분산투자 (diversification) 와 지속적인 조정 (리밸런싱)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즉 현금, 주식, 부동산, 채권등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듯이 인재 포트폴리오는 두뇌육성 (brain train), 두뇌유치 (brain gain), 두뇌순환 (brain circulation), 두뇌연결 (brain linkage)의 ‘4B’ 로 구성된다. 또한 투자자마다 포트폴리오을 다르게 구성하듯이 인재 포트폴리오 역시 나라마다 경제적 필요와 문화, 제도적 상황에 따라 다르다. 이 책에서 다룬 일본, 호주, 중국, 인도 모두 4B를 포함하고 있지만 나름 특성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했고 자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했다. 포트폴리오적 접근은 ‘두뇌유출대 두뇌유치’와 같은 기존의 2분법적 사고를 넘어 인재전략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한국에도 유용한 정책적 준거틀이 될 수 있다.
우선 ‘두뇌육성’은 교육이나 훈련을 통해 자국민을 인적자원으로 육성하는것이다. 모든 포트폴리오에서든 빠질수 없는 기본적인 요소이다. 특히 일본의 포트폴리오에서 자국 인재 (homegrown talent)가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일본은 외국인재나 해외에서 교육받은 인재보다는 자국에서 교육하고 훈련을 받은 인재를 선호했고 이들이 경제발전의 중심축이 되었다.
반면 ‘두뇌유치’의 비중이 큰 나라는 호주다. 두뇌유치는 외국인력을 수입하는것으로 호주의 전체 노동력중 30% 정도가 외국출신이다. 1970년대까지 ‘백호주의’를 고수했던 호주는 이후 ‘다문화주의’로 대전환을 하면서 두뇌유치가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아졌다. 두뇌유치 경로는 유학생으로 왔다가 취업하는 경우 (study-work)와 취업비자로 왔다가 정착하는 경우 (work-migration)가 있는데 호주는 이 두가지를 모두 적극적으로 잘 활용한 사례에 속한다.
‘두뇌순환’은 해외에서 교육을 받거나 취업한 자국 출신 인재를 본국으로 데려오는 것으로 중국의 포트폴리오 구성에 매우 중요 했다. 1980년대 중국의 개방이후 유학생을 비롯해 글로벌 인재시장에서 중국인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이중 약 80%가 2000년대 이후 본국으로 귀환했다. ‘해구’ (海归)라 불리는 이들은 중국의 과학,기술, 교육, 경제분야에서 뛰어난 활약을 했으며, 중국의 중앙, 지방정부는 수많은 프로그램을 통해 인재순환을 촉진 시켰다.
‘두뇌연결’은 해외에서 교육을 받거나 취업을 한후 본국으로 귀환하지는 않지만 현지에서 본국과의 가교역할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은 현지에서의 자신들의 네트워크 즉 사회적 자본 (social capital)을 활용하여 본국을 지원하는 것으로 인도의 포트폴리오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인도는 이들을 ‘두뇌은행’ (brain bank) 또는 ‘두뇌 디파짓’ (brain deposit) 이라 부르는데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등 실리콘 밸리 빅테크의 수장들이 해당된다.
하지만 모든 인재 포트폴리오는 일정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조정의 시기를 놓치거나 실패하면 위험은 위기로 다가오며 경제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다시 4개국의 경험을 살펴보자.
일본은 두가지 위험에 직면했다. 자국민 중심의 인재육성과 활용은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켰고, 인구학적 위기는 인력풀의 감소를 가져왔다. 두뇌유치의 비중을 높히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였지만 배타적인 사회,문화적 환경으로 인해 졸업후 이들을 인적자원으로 활용하는데 한계를 드러냈다. 일본이 1990년대 이후 ‘잃어버린 30년’을 맞은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자국민 인재육성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적기에 조정하는데 실패한데도 원인이 있다.
호주는 반이민 정서와 중국과의 갈등에 직면했다. 국민들은 과도한 이민과 이로 인한 정체성 훼손에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는 이민정책의 규제를 강화했다. 중국과의 갈등에 외국인재를 중국계에서 인도, 동남아로 다변화했다. 국가간 이동을 제약한 팬데믹은 호주의 인재유치에 큰 타격을 주었다.
중국의 경우 적극적인 두뇌순환정책에도 불구하고, 최고수준의 글로벌 인재는 여전히 귀국을 주저했다. 현지에서의 쌓은 커리어를 포기하는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들 최고 인재들에게는 두뇌연결에 초점을 두는쪽으로 조정을 했다. 반면 두뇌순환과 연결전략은 미국과의 갈등을 야기하는 주 원인이 되었고, 미국, 유럽등에서의 반이민, 반중국 정서의 증가로 인해 해외로의 유학이나 취업이 감소했다. 최근들어 국내 인재육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였다.
인도는 활발한 두뇌연결에도 불구하고 ‘두뇌유출’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다만 인도의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귀국하는 인재가 증가하고 있어 포트폴리오의 구성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인재 포트폴리오론
한국의 인재 포트폴리오 전략은?
그럼 한국은 어떤가? 인재 포트폴리오론에 따라 위의 4개국과 비교하면서 살펴보자.
두뇌육성- 한국의 경제발전에 있어서 인적자원은 매우 중요했고, 정부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70년대 박정희 정부가 산업화에 필요한 인재육성을 위해 공.상고 우대정책을 폈던것이나 1990년대 세계화의 일원으로 대학의 국제화를 추진한것등이 중요한 사례에 속한다. 두뇌육성은 일본보다는 덜 하지만 한국의 인재 포트폴리오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해 왔다.
두뇌유치- 중국, 동남아로 부터 비숙련/저숙련 노동자를 데려와 3D 업종에 종사하도록 했지만, 글로벌 인재유치는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일본처럼 외국인에 배타적인 사회문화도 장애물이다.
두뇌순환- 중국 못지 않게 두뇌순환은 경제발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실제로 중국의 인재정책은 한국과 대만을 벤치마킹했다. 해외에서의 교육과 경험은 중요한 프레미엄이었다.
두뇌연결- 두뇌순환에 비해 두뇌연결은 최근까지는 포트폴리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진 못했다.
그럼 AI시대를 맞아 저출산, 신 두뇌유출의 위기속에서 글로벌 인재 경쟁을 해야 하는 한국은 어떤 전략을 펴야 하는가? 위에서 언급한대로 단편적이고 단절적인 정책보다는 포트폴리오적 접근을 통해 종합적으로 인재전략을 (재)검토하고 꾸준히 (재)조정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두뇌육성- 우선 미래산업에 필요한 인재 특히 이공계를 육성해야 한다. AI시대에 필요한 분야의 인력양성에 초점을 두어 기업의 수요와 대학의 공급이 일치하도록 해야 한다. 최고의 인재가 의대에 집중되는 기현상은 시정해야 한다. 한국의 인재들이 해외로 떠나지 않도록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 최근 한국은행이 국내에서 활동 중인 이공계 석·박사 인력 1,916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2.9%가 향후 3년 내 해외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두뇌육성은 한국의 인재 포트폴리오에서 중요한 자산으로 남아있지만 그 비중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두뇌유치- 인구학적 위기가 심화되면서 포트폴리오에서 두뇌육성의 비중이 감소하는 만큼 두뇌 유치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30만명을 넘어선 외국인 유학생을 인적, 사회적 자본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현재는 대학 정원을 채우는데 급급하고, 대부분이 졸업후 바로 한국을 떠나거나 취업을 해도 단기간에 그치고 있다. 이 또한 ‘두뇌유출’이다. 인재 포트폴리오에서 두뇌유치의 비중을 높히기 위해선 외국인 유학생의 선발, 졸업, 취업에 이르기까지 유기적으로 관리를 해야 한다. 이민은 시간문제이나 국내 노동시장에 주는 영향이나 반이민정서등을 고려해 조심스럽고 차분하게 접근해야 한다. 호주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 할 수 있을 것이다.
두뇌순환- 한국의 포트폴리오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크진 않지만 일정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해외유학을 떠나는 숫자가 줄고 있고, 해외에 있는 한인 인재가 귀국하려는 경향도 줄고 있어 포트폴리오내 비중이 급격히 감소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자칫하면 일본처럼 글로벌 경쟁력을 잃어버릴 위험이 있다.
두뇌연결- 두뇌유치와 함께 한국의 포트폴리오 조정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주요 대상은 한국을 떠나는 국내 인재 (신 두뇌유출), 외국 유학생, 그리고 디아스포라의 3그룹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이 한국에서 재취업할 가능성은 적지만, 한국과의 교류나 협업을 할 잠재성은 열려 있다. 인도처럼 이들을 ‘두뇌뱅크’나 ‘두뇌 디포짓’으로 삼아 두뇌연결을 장려하고 지원해야 한다.
한국의 인재 포트폴리오 전략
콘트롤 타워, 인적자원부 만들어야
국가적 차원에서 최적의 인재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시의적절한 조정을 할 콘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교육부의 대학과 대학원, 과기부의 R&D, 노동고용부의 외국인 고용 지원등을 이관해 인적자원부를 신설해야 한다.
글로벌 탈랜트 경쟁력에서 세계1위인 싱가포르가 일찍이 인적자원부 (Ministry of manpower)를 만든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1998년에 노동부를 확대개편한 인적자원부는 싱가포르를 인재 강국으로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두뇌육성과 유치 즉 교육 및 개발투자를 통해 현지 인재 경쟁력을 강화하고 다민족 인재에게 문호를 개방하여 활용하고 있다. 아울러 인재순환과 연결을 촉진하는 정책도 펴고 있다. 인재 포트폴리오론의 입장에서 보면 분산투자와 꾸준한 조정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AI 시대에 점차 치열해 지는 글로벌 인재 경쟁에서 뒤쳐지는 나라나 기업은 미래를 담보 할 수 없다. 한국도 예외일수가 없다.
국가인재 콘트롤 타워